불로만 숯불 바베큐
경기도 수원시 소재 모 고등학교 앞 ‘불로만 숯불 바베큐’에는 비밀 메뉴가 존재했다.
‘중간 맛 하나, 매운맛 하나요’
메뉴의 이름은 없다. 오직 맵기로만 주문을 받는다. 그래서 가게 이름이 불로만일까.
테레비에는 언제나 야구 채널.
항상 티격태격하시는 주인 아저씨 아주머니,
적당히 취기가 오른 채
매번 똑같은 옛날 얘기만 반복하는 동네 아저씨들 사이에서
우리는 소주 대신 콜라로만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웠다.
쓸데없는 화제를 안줏거리로 삼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척하고 싶을 때는
콜라를 벌컥 마시고 잔을 쾅 내려놓은 뒤
한숨을 푹 쉬면 되는 것이었다.
약 20분의 기다림 끝에 비밀 메뉴가 나오면, 우리의 이야기는 정말로 격해진다.
그동안 못했던 말, 우리 기수에 돌고 있는 은밀한 소문, 주로 슬펐던 연애 얘기
그러나 이것은 슬퍼서 나온 눈물이 아니고, 당황해서 흘린 땀이 아니다.
중간 맛이 너무 매콤할 뿐이다.
스무 살이 되고, 우리는 우리가 이 가게에 방문한 첫 졸업생인 것 마냥
“혹시 저희 기억하세요” 사장님께 거들먹거린 후
민증을 자랑스럽게 꺼내 들고 콜라 대신 소주를 시켰다.
우리 진짜로 어른 다 됐다 야.
서로 다른 대학으로 진학한 우리는 관심사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적당히 취기가 오른 채 매번 똑같은 옛날 얘기만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불로만 숯불 바베큐’는 2020년 코로나와 함께 폐업하게 되었다.
꼬꼬아찌, 두메 숯불 바베큐로는 어른이 될 수 없었다.
오직 불로만 어른이 될 수 있던 것이었다.